영국학파: 국제사회는 존재하는가?
(출처 : 왈츠이후 / 한울)
현실주의는 국제정치를 무정부 상태의 권력경쟁으로 보고,
자유주의는 협력과 제도에 주목하며,
구성주의는 규범과 정체성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이들과는 또 다른 시각으로 국제정치를 바라본 학파가 있다.
바로 **‘영국학파(British School)’**다.
영국학파는
“국제사회(international society)는 실재하는가?”
라는 철학적이면서도 실천적인 질문을 던지며,
국제정치의 윤리적 기반과 규범질서를 탐색한다.
1. 영국학파란 무엇인가?
영국학파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과 호주를 중심으로 발전한 국제정치이론의 흐름이다.
- 주요 학자: 헤들리 불(Hedley Bull), 마틴 와이트(Martin Wight), 애덤 왓슨(Adam Watson)
- 특징: 현실주의와 자유주의, 구성주의의 중간지대에서 ‘규범적 질서’를 강조
이들은 국제정치에서 단지 힘이나 제도뿐 아니라,
국가들 간 규범, 공통 가치, 윤리적 책무에 주목했다.
2. 국제사회, 국제체제, 국제공동체의 구분
영국학파는 국제질서를 세 가지 층위로 나눈다.
개념 | 설명 |
국제체제 | 국가들이 존재하되, 단지 상호작용만 있을 뿐 규범은 미약한 상태. |
국제사회 | 국가들이 공통된 규칙과 제도를 공유하며, 상호 책무를 인식하는 상태. |
국제공동체 | 국가 간 가치와 정체성까지 공유되는 이상적 상태. |
현실의 국제정치는 이 세 가지 개념 사이를 오간다.
영국학파는 특히 ‘국제사회’에 주목하며,
권력과 질서, 정의 사이의 긴장을 탐색한다.
3. 헤들리 불과 『국제사회론』
영국학파의 대표 저작인
**헤들리 불(Hedley Bull)**의 『국제사회론(The Anarchical Society)』는
이 학파의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준다.
그는 무정부(anarchy) 상태의 국제정치에서도
“질서(order)”는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국제사회의 기본 규칙은 다음과 같다:
- 국가의 생존 보장
- 전쟁의 규칙화 (전쟁 금지라기보다는 질서 있는 전쟁)
- 재산의 존중과 교류의 안정
즉, 외교의 예절, 조약의 존중, 주권의 인정 등은
단지 전략적 선택이 아니라 공통된 규범으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4. 플루랄리스트 vs 솔리달리스트 논쟁
영국학파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지점이 있다.
그것이 바로 다음의 두 흐름이다:
입장 | 핵심특징 |
플루랄리스트 | 주권, 비간섭, 다양성 존중 – 각국의 자율성 강조 |
솔리달리스트 | 인권, 정의, 국제 개입 가능 – 보편적 윤리 중시 |
예를 들어,
- 인도적 개입(코소보, 시리아)
- 제3세계 인권 문제에 대한 외부 개입
- R2P(보호책임) 원칙
등은 바로 이 두 입장의 충돌 속에서 해석될 수 있다.
플루랄리스트는 말한다:
“주권은 국제질서의 기본이다.”
솔리달리스트는 반박한다:
“주권은 인간의 생명보다 중요하지 않다.”
5. 영국학파는 왜 중요한가?
영국학파는 국제정치를 단지 ‘힘의 경쟁’이나
‘제도적 상호작용’으로만 보지 않는다.
그들은 국제정치의 윤리적 기반, 규범적 질서를 강조함으로써
현실주의–자유주의–구성주의를 연결하는 **‘이론적 중간지대’**를 제공한다.
예시: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단지 세력 균형의 문제인가?
- 아니다. 그것은 **국제사회가 설정한 규범(무력 불사용, 주권 존중)**에 대한 도전이기도 하다.
6. 결론 – 국제정치의 윤리적 상상력
영국학파는 단순히 국제정치가 ‘있는 그대로’ 무엇인가를 묻지 않는다.
그들은 묻는다.
“우리는 어떤 국제사회를 원하는가?”
이는 단지 학문적 담론이 아니라,
우리의 외교정책, 국제 행동, 법과 질서를 구성하는 윤리적 기초다.
국제정치는 전쟁과 협력의 공간이기도 하지만,
**규범, 윤리, 상상력이 작동하는 장(場)**이라는 것이
영국학파의 핵심 통찰이다.
🎭 마무리 – 헤들리 불의 미소
다음에 누군가 말하거든요.
“국제사회? 그게 실제로 존재해?”
그땐 이렇게 말해보세요.
“물론 존재하지. 우리가 그걸 믿고 따르기만 하면 말이야.”
…그 순간, 어딘가에서 헤들리 불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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